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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 Sehyeok
차세혁
  • 케이크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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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렁슨

여자가 떠난 계절은 햇빛이 따갑게 내리던 여름이었다. 다녀온다며 캐리어를 끌고 가는 뒷모습을 막을 수 없었다. 세혁의 기억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그에게 어린 시절은 연기와 정시에 울리던 뻐꾸기시계 소리뿐이었으며, 아주 가끔씩 들어와 이마를 문지르던 따듯한 손을 기억했다. 그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의 거짓말과 행동을 견디지 못하여 떠났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다는 말로, 그 한 마디로 자신을 이 방에 가두고서……

개처럼 일했다. 사람 보는 눈을 억지로 길렀으며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도려내고 싶을 만큼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맞지 않는 삶에 억지로 끼워 맞춰져 부품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걸어온 길에 시체가 너무 많았다. 그렇게 죽여온 게 타인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인지……

휴가라고 쓰고 좌천이라 읽는다. 익숙해져 갈 때 즈음에 아버지란 인물은 그를 이곳저곳으로 옮겨두었다. 아마 세력을 불려서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버지에게 있어 가족이란 곧 자기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칠 수 있는 존재였다. 물론 세혁은 그럴 마음이 티끌도 없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그저 지겨웠다. 소파에 누워 시체가 된 자신의 모습을 그릴 만큼. 이제는 먼지가 된 그의 어머니가 돌아와 자신을 안는 모습을 상상할 만큼.

재떨이 맞은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매 기일마다 연례행사였다. 그리고 세혁은 이 질 낮은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시끄러운 곳으로 향했다. 가장 익숙한 향이 나는 곳, 매캐한 연기와 조명이 뒤섞여 폐허인 자기 자신을 자각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만났다.
조명과도 연기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불협화음 같은 화음을 내는 여자를. 마치 집 안에 들어섰던 어머니를 생각나게 만드는 여자를.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리고 음이 높아지자 세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든 게 멈췄다.
그의 삶이 송두리째로 그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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