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사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원두가 새로 들어왔어요. 사장님 오실 때까지 사장님 몫은 남겨둘 테니까 시간 있으실 때 한 번 들러주세요. 이번엔 제가 직접 볶았으니까 더 맛있을걸요?
2.
가끔 사장님을 안 만났었으면 좋았겠다고 상상해요. 왜냐면, 하루종일 사장님 생각밖에 안 나거든요! 어떡할 거예요?
3.
사장님은 연극 보는 거 좋아하세요? 이번에 극단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게 됐어요. 극장도 엄청 작고 사장님 성에는 안 찰 연극이겠지만, 제가 처음으로 여주인공인 연극이라 사장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시간 괜찮으시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안 오셔도 괜찮지만 일단 주소 적을게요.
4.
커피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많이 마셔도 잠 잘 자요? 저는 커피 마시면 하루종일 잠을 못 자거든요.
5.
사장님은 형제가 있나요? 저는 제가 첫째고 밑으로 동생들이 몇 명 있어요. 귀여운 아이들이라 나중에 사장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동생이 많아서 저 아이 잘 돌보는데...
6.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이 궁금해요. 나중에 만들어드리고 싶거든요. 저 요리도 꽤 해요.
7.
카페 사장님께 남자친구를 사장님이라 부르는 여자친구가 어딨냐고 혼난 거 있죠. 제하씨라고 불러도 돼요?
8.
뭐라고 해야 하나, 제하씨 손가락은 엄청 하얗고 길어요. 제하씨처럼 손이 예쁜 남자는 처음 봤어요. 계속 손 잡고 있고 싶어져요. (취소선이 그어져있다.)
9.
월급 모았던 걸로 큰맘 먹고 새 원피스 하나 샀어요! 나중에 와서 봐주시고 잘 어울리는지 얘기해주세요. 제하 씨한테 예뻐보이고 싶어서 산 건데, 옷 보는 눈이 없어서 괜찮아 보일지 잘 모르겠어요.
10.
옷에 커피를 엎질렀더니 하루종일 커피향이 나요. 그래서 오늘 하루는 계속 제하씨 생각이 났어요.
11.
다다음주에 방송국에 오디션 보러 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연습하느라 앞으로는 편지를 좀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제하씨도 회사 가는 거 힘들 텐데 늘 응원해요!
추신: 내일 또 보낼게요!
12.
동생이 하루종일 제하씨 얘기를 해요. 동생 눈에 제하씨가 정말 멋있어 보였나 봐요. 누나가 사장님이랑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길래, 그런 얘기는 제하씨에게 실례니까 하면 안 된다고 말해줬어요. 혹시라도 제 동생들이 제하씨에게 부담인 건 아니겠죠?
13.
방송국 오디션 붙었어요! 큰 역할은 아니지만 방송에 제 얼굴이 나간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제하씨를 만난 이후로 제가 하는 일이 다 잘 되는 거 있죠. 제하씨가 제 수호천사 같은 게 아닐까요?
14.
한동안 편지 못 써서 죄송해요. 촬영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를 다쳐서 정신이 없었어요. 크게 다친 건 아닌데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좀 더 받아야 한대요. 괜찮아지면 다시 연락 드릴게요. (찾아오지 마세요! 이런 꼴 보여드리기 싫어요.)
15.
광고비를 받아서 전화기를 한 대 샀어요. 이걸로 전화 걸면 언제든지 제하씨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정말 들떠요. 그런데, 제하씨한테 편지 쓰는 것도 제가 가장 아끼는 취미 중 하나인데... 전화도 받아주시도 편지도 답장해주시면 안 돼요?
16.
제하씨… 너무 밝히는 거 아니에요?
17.
드릴 말씀이 있어요. 편지로 적을 만한 말은 아닌 것 같아서 만나면 이야기하고 싶어요.
18.
요즘은 제하씨가 내가 알던 사람이 맞는지 헷갈려요.
19.
사실, 오늘 촬영하고 있는데 제하씨 아내라는 사람이 저를 찾아왔어요. 너무 화가 나고 당황스러웠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제하씨를 믿고 싶어요. 나중에 제하씨 입으로 다 설명해줬으면 좋겠어요.
제하씨한테 나는 뭐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