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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 GRRR!!! -tfr-
일자
2025.03.27
GM
신영
참가자
휴지
휴 지.:
rolling 3d6
(
4
+
4
+
3
)
=
11
rolling 3d6*5
(
6
+
2
+
3
)
*5
=
55
레레츠고
크리그어 3
GM. 신영   KPC R
안심하세요.
세계는 영원히 평화로울 것입니다.
행인:저기요. 괜찮으세요? 저기요?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몇 번이나 되묻습니다.
이런, 너무 얼빠져 있었네요.
너무 터무니없는 상황이라 잠깐 넋을 놓고 있었더니…….
눈앞의 사람은 진심으로 당신을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눈을 떠보니 훨씬 컨디션이 좋아진 기분이네요.
발더, 장을 보러 가던 행인과 간단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발더:나는... 나는 괜찮다. 그보다 린은... 린은 어디에 있지? 아니, 아니지...
... 혹시 근처에 하늘색 머리카락에 붉은 눈을 가진 여자를 본 적이 있나?
행인: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린다.) 정말 괜찮은 거 맞으세요? 린이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지인 분이신가요?
발더:지인... 그냥 지인이 아니다. 린은......
그보다 저 위 전광판... 저기 나온 여자는...... 저 여자가 린이다. 지금 저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행인:아, R님! 진작 R님이라고 말씀하시지, 정말.
근데, R님께서 뭐하는 분인지 모르신다고요? (순간 행인의 눈에 의심하는 빛이 스쳐지나간다) R님께서는 안전지대의 관리인이시잖아요. 야생인도 아니고, 어떻게 모르실 수가 있죠?
발더:......... 관리인? (끔뻑... 처음 듣는 단어에 정신이 멍해진다.) AOC... AOC를 말하는 건가?
행인:네, 맞아요. 중앙관리체제가 있는 안전지대의 전반적인 관리를 맡고 계세요.
(기억 상실이라도 왔나... 수상하다는 듯 발더를 바라본다...)
발더:크리쳐 사태가 종료 되었다는 건... 또 무슨 소리지? 그리고 나는...왜 린의 눈이 저렇게 됐는지도 알아야한다. 대답해.
행인:(사극이라도 찍나? 행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다. 뭐지?) 크리처 사태가 종료된 건 이미 100년 전이에요.
행인이 당신에게 달력이 띄워진 화면을 보여줍니다.
당신이 죽은 년도로부터 정확하게 100년이 지나있습니다
행인:R님을 왜 자꾸 린이라고 부르시는 건가요? 저같은 일개 시민은 R님께서 왜 안대를 쓰고 계시는지 몰라요!
발더:그녀는 R이 아니라 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야말로 네가 왜 그런 터무니 없는 별명을 쓰는지 모르겠군.
그녀를 만나고 싶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해라.
행인: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닐 텐데...
행인이 도시 중심부의 가장 높은 건물을 가리킵니다.
AOC 건물입니다.
행인:당신은 R 님의 뭐라도 되시나요? (이상한 사람을 보는 눈빛... 더 이상 시간 뺏기기 싫다는 듯한 태도다.)
이만 가봐야겠어요. 오늘은 1년 전에 죽은 아내가 돌아오는 날이거든요.
발더:... 돌아온다고? 죽은 자가?
행인:?
정말, 왜 그러세요? 죽은 사람은 장례로부터 1년 후에 돌아오는 게 당연하잖아요.
……이 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요?
발더:... 린을 만나러 가야겠어.
행인의 말에 따르면, R, 그러니까 발더가 린으로 알고 있는 이는 기본적인 정치를 비롯해 법 제정부터 재판까지 직접 맡고 있는 듯 합니다.
...이건 그냥 독재자 아닌가요?
발더:(뭔가 장하군...)
행인이 덧붙이기를, 사람이 죽으면 안드로이드를 만들 수 있도록 시체를 관리자에게 보내는 것이 장례라고 합니다.
100년동안 늙지도 죽지도 않는 린에 관해선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습니다.
그야, 이 클리셰 SF 시나리오는 죽은 사람도 돌아오는 세계관이 되어버렸거든요.
여러모로 충격적인 상황에,
발더: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즉 그런 뜻입니다.
당신이 알던 린은 R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독재자가 된 것 같습니다.
그보다 100년 후라면 린은 어떻게 그때와 똑같은 모습인 걸까요?
분명 그때, 마지막으로 본 린은 분명히…….
발더: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인간이었습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던 피는 눈물과 섞여 뺨을 타고 흘러내렸죠.
소중한 관계였던 린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발더: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행인:근데, 정말로 AOC로 가실 건가요?
R님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세요. 당신은 혹시 R님과 무슨 사이라도 되나요?
발더:파트너였다. 서로의 인생을 약속한. 그 이상의 이야기를 너에게 해야하나?
행인:아, 네에...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행인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기 시작합니다...
발더:(발더가 멍한 얼굴로 건물을 쳐다보다 그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린이 살아있디면 꼭, 다시 한 번 더 그녀의 눈을 보고 싶었다......)
AOC로 향하는 길, 발더는 새로운 안전지대의 시민들을 봅니다.
안드로이드의 연인이 된 사람, 린을 신으로 모시는 사람, 발달된 기술의 힘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린의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치 모두가 반드시 행복해지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한층 더 세련된 외관으로 단장한 AOC 건물의 입구로 진입하면, 당연하게도 그 앞을 지키고 선 사람들이 당신을 제지합니다.
경호원:누구신가요? 통행을 허가받지 않으셨다면 이 앞으로는 지나가실 수 없습니다.
발더:허가는 받지 않았다만... 린과 아는 사이다. 그걸론 부족한가?
경호원:린? 린이 누구입니까?
...이 앞으로는 지나가실 수 업습니다.
발더:...... R과 아는 사이다.
당혹스러운 표정의 경호원은 몇 번 무전을 주고받는 듯 하더니,
경호원:올라오시라고 하십니다.
발더를 들여보내줍니다.
발더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당신을 태운 기기는 빠른 속도로 린이 있는 곳까지 이동합니다.
엘리베이터는 유리로 되어있어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발더: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가장 높은 건물보다도 높은 하늘, 검은 상자가 허공에 떠 있습니다.
청색 전류가 흐르는 물건은 마치 감시카메라 같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수행원이 당신을 안내합니다.
최고층의 가장 안쪽 방, 소장실이 있던 곳은 이제 린이 차지했습니다
문득 영문 모를 불안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수행원이 문을 열면, 발더는 린과 재회합니다.
전면 유리창을 향해 돌아선 뒷모습이 낯익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천천히 돌아보는 린의 얼굴에는 화면과 똑같이 안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0년이라는 세월은 정말 실감 나지 않습니다.
그야, 린과 발더는 이렇게나 그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걸요.
잠시간의 침묵, 린의 표정을 읽기 어렵습니다.
발더: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24
판정결과: 실패
린:......지휘관?
린은 낮게 당신의 이름을 읊조립니다.
그는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감회에 젖은 듯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여전히 그는 표정을 읽기 어렵습니다.
가느다란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의 이마를 타고 내려오나 싶더니, 안대 위에 안착합니다.
린:정말 보고 싶었어요, 지휘관...
발더:난, 나는......
눈이... 어쩌다 이랬지? 누가 널 다치게 한 거지?
100년, 100년이라니 이게 무슨...... 린, 나는......
... 네가 보고 싶었다...
미소 지으며 발더의 질문 공세를 듣고 있던 린이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는 것으로 대화를 단절합니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그는 그대 로 손 모양을 바꾸어 옆을 가리킵니다.
린: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죠, 지휘관.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할까요?
지휘관께서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해달라고 말해둔 참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발더를 최상층의 식당으로 안내합니다.
린:...지휘관, 뭔가 여쭤보고 싶은 거라도 있으신가요?
발더:(그는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린만을 쳐다본다. 시선과 신경, 모든 감각이 그녀를 향해 집중되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 R은 무슨 뜻이지? 여기서...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있었지?
린:지휘관께서 안 계신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요. (한참 동안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는 지휘관을 바라보다, 린이 먼저 포크와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한다. 지휘관의 몫과 달리 거의 날것과 다름 없는 스테이크에서 핏물이 떨어진다.)
그 일로부터 벌써 100년이네요, 지휘관... 이름, 이름은... 지휘관을 만나기 전 제 이름이 R135K였던 걸 기억하시나요?
지휘관이 안 계시는 데 린이라는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아, 그리고... 지난 100년 동안은 안전지대를 지키고 있었어요. 지휘관께서 목숨과 맞바꿔 지킨, 소중한 안전지대니까...
발더:100년 동안... 어떻게? (지휘관이, 아니... 한때 지휘관이었던 남자가 린을 쳐다본다. 눈동자에 슬픔과 기쁨이 혼잡하게 뒤섞여서, 잔의 수면 위로 보이는 자신의 얼굴이 꼴사나웠다. 그가 당혹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내가 널 두고 가서...... 날 원망하나?
린:원망?... (고기를 썰던 손이 멈칫한다. 베일에 가려 린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럴 리가요, 지휘관.
지휘관, 지휘관의 덕분에 이 세계에서는 아무도 굶지 않고, 아무도 외로워하지 않고, 아무도 죄를 범하지 않아요.
그때 이런 세상을 만드는 거야말로 지휘관의 뜻을 잇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세상을 이렇게 만들 수 있던 건 다 지휘관의 덕이에요. 그러니 지휘관을 원망할 리가 없죠.
아니,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요...
발더:내가... 널 외롭게 한 것 같다. 그 긴 시간을... (발더가 접시 위 음식을 쳐다보기만 했다. 100년 만의 귀환인데도 그는 딱히 허기가 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린의 입에 음식이 넘어가는 것을 보는 그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녀 앞에서 발더는 솔직했다. 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여기 오기 전 사람을 만났다.
길을 물어봤는데... 자기 아내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먼저 가버리더군.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이다만...
... 1년마다 죽은 자가 돌아온다는 게 무슨 소리지?
린:...지휘관. 생각해보시겠어요? 크리처가 없고, 식량도 풍족하고, 사람들도 더 이상 싸우지 않아요. 그런 세상이에요.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도 사람이 죽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언젠가 전부 떠난다면, 그게 정말 평화인가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아무도 죽게 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생각해낸 거예요. 죽은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만들면, 영원히, 아무도 죽지 않고...
지휘관, 이런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발더:나는 그런 질문에 답 할 수 없다. (철학적 사유는 군 부대에서 금기시 되는 행위였다. 발더는 자율성을 허락받지 못했다. 물론 그런 허가도 린과 함께 하던 그 순간에 전부 산산조각 났지만. 지휘관이었던 남자는 여전히 음식을 노려본 채 말을 이었다.) 다만 나는... 네가 행복하다면... (고개를 든 그의 얼굴이 표정을 읽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하다.) 린, 너는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그리고... ...
지금 이 세상에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나?
린:...... (100년 전과 다름 없는 미소가 지휘관을 향한다. 그럼에도 아득하게 멀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럼요, 지휘관. 저는 행복해요. 다 그때 지휘관께서 알려주신 덕분이에요.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다소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문득 발더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낍니다.
만찬 속 와인의 도수가 높았던가요?
화끈거리는 체온, 약간의 구토감. 확실한 몸의 이상 신호를 느끼는 가운데 린은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린:감사하고 있어요, 발더. 당신 덕분에 진정한 평화가 어떤 건지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휘청, 탐사자는 기울어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수프 그릇에 뺨을 처박습니다.
새하얀 크림 수프 위로 붉은 포도주가 흐릅니다.
아니, 아니죠. 이건 탐사자의 피입니다.
눈, 코, 입, 양 귀에서부터 미친 듯이 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팔도, 다리도, 마치 육체의 주도권을 잃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린:이제 그만 찾아오시면 안 될까요?
계속 당신을 죽여야 하는 제 마음도 생각해주세요...
린은 발더가 수프 위에 코를 박거나 의자째로 넘어지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기를 써는 중입니다.
발더가 완전히 의식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어딘가에 통화를 거는 린의 모습입니다.
그는 당신에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
발더는 거친 호흡과 함께 눈을 뜹니다. 깜빡, 깜빡.
이곳은 가정집입니다. 커
커튼 위에는 색색의 싸구려 전구가 당신의 눈꺼풀과 함께 깜빡이며 알록달록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TV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선 B급 클리셰 SF 영화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런, 주인공은 악당의 계략에 당해 수프 그릇에 코를 처박고 죽어버렸네요.
린:지휘관, 주무시고 계셨어요? 영화가 재미없나 봐요.
발더:이게 무슨...... (지휘관이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린이 자신을 쳐다보자 몸의 곳곳의 근육들이 긴장했다. 머리를 울리던, 빨간 시야, 빨간 시야, 빨간 시야...) 무슨...
린:지휘관,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어요? (소파의 남은 공간에 걸터앉은 린이 발더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괜찮아요, 지휘관. 꿈은 꿈일 뿐인걸요. 슬슬 일어나서 케이크 준비 해야죠.
당신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잠결처럼 몽롱합니다.
꿈을 꿨나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득, 이대로도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발더: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
몽롱한 기분에 자꾸만 몸이 나른해집니다.
해야 할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때, 린이 당신의 어깨를 짚으며 핫초코가 든 머그잔을 내밉니다.
린:지휘관, 그동안 계속 고생하셨는데 오늘 정도는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가지 마세요, 밖이 춥잖아요.
저랑 같이 있어주세요... 네?
발더:... 다를... 가자고 했지.
바다를... 보러 가자고... 나는 너를 거기로 데려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가 잔을 받지 못한 채 빈 손을 내려다본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눈은...... 린이라고 불렸던 여자의, R의 눈은, 도저히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눈이었다.)
나가야 해. 린. 나는 알아야 한다. 왜 네가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왜 나를 대신해 모든걸 메꾸려고 했는지......
그리고 왜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봤는지도.
난 백 개의 세계에 백 개의 네가 존재한다면 그 모두를 책임 질 의무가 있다. 난......
네 상관이자, 서로의 인생을 약속한 사이니까.
린:(발더의 대답을 들은 린은 약간 쓸쓸한 표정이다. 품에 커다란 곰인형을 안은 린이 천천히 눈을 감으며 읊조린다.) 후회할 거예요, 지휘관.
아주 많이 아플 거고, 아주 많이 괴로워질 거예요. 지금껏 그랬던 거와는 비교도 못 하게...
도망쳐도 돼요, 지휘관. 쉬어도 괜찮아요. 바다에 가겠다는 약속이 그렇게도 중요한가요? 이곳에 남으면 저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어요.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는 이곳에서...
어차피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이제 볼 수 없을 텐데... 지휘관, 대체 뭘 위해서 싸우려고 하시는 건가요?
발더:린, 나는 처음부터 모두의 행복을 원하지 않았어. (린의 눈에 비친 자신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발더는 이 순간만큼은 그가 웃고 있길 바랐다.)
나는 처음부터 너만을 원했다.
영웅에겐 어울리지 않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속했지. 바다를 보러 가기로. 그건 린... 저기서는 R이지만... 그녀와 한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니 난 나가야 해. 내가 수 백 번을 죽는다고 해도.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분명.
린:......
크리처는 사라졌지만 세계는 기이해졌어요. '저'는 이상해졌고, 기억은 여전히 엉망진창이죠. 소중했던 건 하나도 남지 않았는데, 지휘관...
이제까지 정말 잘 싸워주셨어요. 여기서 포기해도 아무도 지휘관을 비난하지 않아요.
지휘관, 정말 가실 건가요?
발더:난 가야한다, 린.
세계를 구하기 위한게 아니라......
너를 구하기 위해서.
실내의 조명이 일제히 꺼집니다.
문 앞의 조명을 제외하고요.
소파에 앉은 린은 여전히 곰인형을 끌어안은 채 당신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지금부터는 오롯이 당신 혼자만의 싸움입니다.
현관문은 오늘따라 단단하고 굳게 잠겨 있지만, 발더가 손잡이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쉽게 열립니다.
발더: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린:...녕히, ...녀오세요...
마지막으로 들리는 건 린의 목소리입니다.
이번에야말로 거센 기침과 함께 눈을 뜹니다.
시야가 어둡고, 여긴 정말……. 엄청나게 춥네요!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비얘 (GM):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누워있는 바닥은 이상하게 불편하며, 퀴퀴한 냄새까지 납니다.
어둠에 양 눈이 익숙해지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립니다.
익숙해진다고 해도 여전히 팔다리가 무거워 마음껏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발더:
건강
기준치: 100/50/20
굴림: 4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간신히 고개를 돌린 탐사자는 낯선 얼굴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니까, 사람의 얼굴입니다.
전혀 생기가 없지만! 잠깐, 이거 시체 아닌가요?
발더: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상하게도 시체는 전혀 부패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씨름하던 그때,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손전등 같은 조명이 켜집니다.
작은 조명을 든 사람은 무언가를 찾는 듯 시체 더미를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흐릿하게 보이는 낯익은 이목구비는 분명,...
카나:거기 누구 있어?
발더:카나......
(발더가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달려가더니 그녀를 와락, 끌어안는다.)
카나:(콰직! 카나가 발더의 목에 주사기를 쑤셔넣은 것은 발더가 카나를 끌어안은 것과 거의 동시였다.)
...해독제야, 지휘관. 놀랐어?
발더:해독제...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일단 눈 앞의 카나를 끌어안은 채 발더가 목에 고개를 묻었다가 떼어낸다.) 너도 살아난건가? 아니, 아니다... 살아있던건가?
카나:어머나, 지휘관. 이런 데서도 이렇게 적극적이고, 여전하다고 해야 하나...
카나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면, 산더미 같은 시체의 산입니다.
발더: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카나:지휘관, 내가 지휘관을 찾은 건... 부탁할 게 있어서야.
그 전에 지휘관이 궁금한 게 있다면, 먼저 대답해줄게.
발더:너는... 린이 어쩌다 저렇게 된 건지 알고 있나?
카나:글쎄, 자세히는 몰라. 지휘관이 죽고, R... 아니, 린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었어. 그런데, 그 이후에 인간들에 의해서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거든.
그 이후로 린이 이상해졌어. ...그 전부터 망가져 있었을까? 아무튼, 린은 스스로 안전지대의 관리자를 자처하더니 반대파들을 전부 숙청해버렸어.
이상하지? 린은... 이미 린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발더:테러... 테러라고? (지휘관이 고개를 들고 카나를 쳐다본다.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너와 키키는? 지금 안전하나? 여기서 뭘 하고 있던거지? 왜 이런 곳에서......
......아직까지 어떻게 살아있는거지?
카나:...지휘관, 나는 100년 전에 지휘관이랑 같이 죽었어.
지휘관의 앞에 서있는 건... 키키가 원했거든. 키키는 지휘관이랑 같은 크리처였어. 그래서 죽지 않고 홀로 남았지.
린은 키키가 원하는 대로 나를 되살렸지만... 키키는 내가 살아나서 더 불행해졌어.
지휘관,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그러니까... (잠깐 눈이 흔들린다.) 알지? 나는 내가 카나가 아니라는 걸 알아. 하지만 키키를 소중하게 여기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어. 그래서 키키가 더 이상 괴롭지 않기를 바라.
... (카나가 문 쪽으로 턱짓한다. 카나 외에도 세상을 떠나지 못한 안드로이드들이 서성인다.) 지휘관이 중앙관리체제를 부숴줬으면 해. 과거에 사는 우리를 죽게 해주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줘.
발더:...... 카나......
나는,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다. 지금 나의 선택은 널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택이다. 네 그 마음에 원망이 있다 하더라도 난 결코 너를......
반드시 너를 죽이겠다. 오로지, 너의 평온을 위해서......
네가 나에게 해줬던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들었다. 네 사랑이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안다. 그러니 나를 믿어줬으면 하는군. 반드시 안식을 약속하겠다. 그리고...... 모든게 끝나면 그땐......
웃으며 너에게 가겠다.
...... 나를 믿어줄 수 있나?
카나:우리 중에 아무도 지휘관을 원망하는 사람은 없어. 나도, 키키도... ...그건, 린도 그럴 거야. 린은, 비록 이상한 힘을 얻으면서 지금은 낯설어졌지만... (죽은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만든다니,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어. 카나가 중얼거린다.) 그래도, 우리가 알고 있던 린이라고 믿어야겠지.
지휘관, 지금 단순히 나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안 돼. 몸이야 다시 만들면 그만이지. 나는 프로그래밍 된 명령 때문에 중앙관리체제를 파괴할 수 없어서 지휘관과 만날 수 있기만을 기다렸어.
...하늘에 뜬 박스를 봤어? 그 안에 모든 전력을 공급하는 '중앙 관리 체제'가 있어. 그걸 부숴줘.
...부탁해, 이제 정말로 린을 막을 수 있는 건 지휘관밖에 없어.
발더:...... 맡겨라.
내가 반드시 끝내겠다. 그러니 기다려줘. 다른 사람이 아닌 너희를, 너를 위해...
내가... 이 꿈을 끝내겠다.
카나:응, 지휘관.
...옛날 생각이 나네, 아무리 승산이 안 보여도 지휘관이 괜찮다고 해주면 정말 괜찮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
그때랑 똑같은 기분이야.
발더:괜찮을거다.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니까...
... 작별인사를... 해야겠지.
... 좋은 꿈 꾸길. 카나.
발더: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발더: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전부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누군가가 관여한 게 아닐까요?
카나:중앙 관리 체제에는 반경 1km의 강력한 쉴드가 펼쳐져 있어. 그걸 부수기 위해서는 안전지대의 남쪽과 북쪽, 두 곳에서 쉴드의 약점을 파괴해야 해.
“민간인에게 방해받거나 목격되지 않는 곳, 그리고 탄환의 사정거리 내에 있는 곳은…… 여기 뿐이지.
각각 (구) AOC와 X제약 회사의 옥상입니다.
카나:아, 지금 위치는 AOC 건물의 지하니까 이쪽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겠네. ...미안해, 지휘관. 제약이 걸려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카나가 건넨 것은, 대 크리처 살상탄과 단도입니다.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카나:살상탄의 탄환이 부족해서, 그건 쉴드를 부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대인 전투 용으로는 그 칼을 써, 지휘관.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발더:... 나는 늘 너에게 도움만 받는 것 같군.
그동안 수고 많았다. 곧 다시 만나지.
카나:몸조심해, 지휘관...
등 뒤로 들리는 물기 어린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발더는 AOC 건물로 향합니다.
(구) AOC 건물
건물의 층수는 100년 전 그대로 36층이며, 발더는 지하 1층의 안드로이드 폐기 창고에서 옥상까지 올라갑니다.
발더:
기준치: 55/27/11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안드로이드:거기 누구입니까?!
발더는 AOC의 안드로이드에게 발각당했습니다!
발더, 안드로이드와 전투할 수도,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발더:(가끔은 도망가는게 이득이라는 걸 린과 살면서 깨달았다... 튀자.)
발더: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더는 무사히 안드로이드의 시야를 피해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발더:
기준치: 65/32/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안드로이드:분명히 여기 뭔가 있는 것 같은데...
...
...!!!!1
발더는 다시 한 번 아까 그 안드로이드와 마주쳤다!
발더, 어떻게 할까요?
발더:(또 튄다... 싸워서 이득볼게 없다...!!)
발더:
기준치: 65/32/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더가 도망치는 순간 건물에 경보가 울려 안드로이드가 돌아봅니다.
그 사이에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네요...
발더:
기준치: 75/37/15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rolling 1d8
(
3
)
=
3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애교 부리면 기회 한 번 더 드리겠습니다
발더:(듀나지 표정을 짓는 지휘관, 무리일까요.)
발더: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지휘관... 힘을 내...! 하는 카나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발더: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더는 회의가 끝난 회의실에서 자료를 획득합니다.
현재의 안전지대를 관리하고 안드로이드를 운영하는 것은 중앙 관리 체제라는 기계입니다.
내부 구조는 발더가 가진 지식으로 알아보기 힘드나, 막대한 마력이 소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요, 최소한 작은 나라의 국민이 가진 마력의 총량만큼은 있어야…….
중앙 관리 체제가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게 안전지대 시민들의 마력을 원동력으로 삼아 돌아가고 있던 건가요?
문득, 올라가며 마주친 안드로이드를 떠올립니다.
생명을 운용하기 위해 생명을 소모한다, 린답지 않은 기이한 발상입니다.
발더: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발더: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rolling 1d8
(
5
)
=
5
외모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미남이시네요
발더는 옥상으로 향하던 도중, 자료실 문이 열린 것을 발견합니다.
발더:
자료조사
기준치: 40/20/8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약 100년 전에 있었던 일이 적힌 자료를 획득합니다
100년 전, 크리쳐를 신으로 모시던 사이비 종교의 테러로 인해 신정부와 안전지대는 한 번 더 괴멸되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인류를 구원한 것은 린이라고 하네요.
그는 직접 무너진 도시를 수복하고, 죽은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되살려냈습니다.
무언가 위화감이 들어 자료를 천천히 살펴보면,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안전지대가 파괴된 날짜와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시작한 날짜가 너무나도 가깝습니다.
적어도 평범한 수단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요.
이런 건 이상해요. 린이 꼭, 옛 정부나 AOC의 상관들처럼 멀게만 느껴집니다.
발더: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더:
기준치: 75/37/15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8
(
3
)
=
3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더는 AOC의 군복을 입은 사람과 조우합니다.
그는 당신을 보고 크게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집니다.
거의 유령이라도 본 듯한 반응입니다
군인:다, 당신. 또, 또 살아난 건가요......
발더:... '또'라니?
아니, 당신. 나를 알고있나?
발더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군인은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습니다.
군인:이, 이상해. 이상해... 다, 당신의 시체를 처리한 건 분명 저였다고요. 분명히 죽은 걸 확인했는데... 시, 시체에 불도 질렀는데...
바람에 날려버린 재가 아직도 손에 만져지는 것 같은데! 당신, 사람 맞아요?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재로 만들어버린 사람이 살아났다고요? 믿을 수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더는 회복력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인걸요!
발더: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3
(
3
)
=
3
머리를 감싼 채 앉아있던 군인은, 정신이 든 건지 그 자리에서 줄행랑을 쳐버립니다.
발더:
기준치: 75/37/15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8
(
5
)
=
5
외모
기준치: 65/32/13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발더, 주변을 순찰 중이던 안드로이드 17 명과 마주칩니다.
발더:(치우고 가는게 낫겠다 싶다. 발더가 단검을 들고 천천히 다가간다. 상대가 인지하기 직전의 거리에서... 숨을 죽이고...)
(린이 없이 홀로 치르는 전투는 몇 년 만이지?)
비무장
기준치:100/50/20
굴림: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3
비무장
기준치:100/50/20
굴림:9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19
발더(은)는 가볍게 승리했다!
순식간에 늘어진 안드로이드를 뒤로 하고 발더는 다시 한 번 나아갑니다/.
발더:
기준치: 75/37/15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8
(
6
)
=
6
교육
기준치: 20/10/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나중에 린한테 검정고시라도 치게 해달라고 해볼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던 중, 안드로이드 17 명과 조우합니다.
발더:(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비무장
기준치:100/50/20
굴림: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19
(이렇게......)
카나가 지휘관에게 쥐어준 단도는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채로...
발더는 또 17명의 안드로이드를 해치웠습니다.
발더:
기준치: 75/37/15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8
(
7
)
=
7
크기
기준치: 90/45/18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더는 AOC의 마지막 크리쳐, 키키와 조우합니다.
총구를 겨누고 긴장한 채 다가오던 키키는 당신의 존재를 확인하자 총구를 내립니다.
키키:지, 지휘관이에요...?
발더:......키키?
(그가 떨리는 손으로 마스크를 내린 채 키키에게 다가간다.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미친듯이......)
키키:오, 오지 마세요! (지휘관이 가까워질 떄마다 총을 안은 키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총구는 발더를 향하지 않은 채다.) 리, 린에게서, 지휘관을 보면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대,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지휘관.......
발더:키키, 키키. 진정해라. 난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 너희를 위해서 난...... (무슨 짓이라니, 그가 동요하는 얼굴의 키키를 보자 가슴 한 켠에서 시린 통증을 느낀다. 슬픈 얼굴의 그가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린이, 나를 죽이라고 했다고?
키키:지, 지휘관이 카나를 해쳤다고 했어요! 저, 정말 지휘관이 카나를 해쳤어요? (자신의 체구와 비슷한 크기의 라이플을 든 카나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소리친다. 최대한 방어적으로 웅크린 키키였으나, 순간 닿는 지휘관의 손길에 눈물로 그렁그렁해진다.)
아, 아니죠, 지휘관......
발더:난, 난 그런 적이...... (그때 카나를 사지로 내몰았던 것은 자신의 탓인가? 지휘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슬픔과 애통함, 처절함이 엮여 가히 볼 만한 비극이었다. 그가 확신하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든다. 키키의 눈물을 마주친 그가 움찔, 몸을 긴장시킨다.)
카나가, 나에게 죽음을 부탁했다.
그건, 그건 애원이었다. 약속이었다. 나는 그녀의 잠을 끝내줄 의무가 있다.
키키:...... (훌쩍...) (익숙한 목소리에 마음이 완전히 풀려버린 키키가 결국 총을 내려놓는다.) 저, 저 너무 무서웠어요, 지휘관... 리, 린은 이제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카나는... (키키가 말을 잇지 못한다.)
지휘관, 카나를... 카나를 안 죽여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어려운 건 잘 몰라요... 그치만, 지난 100년 동안 지휘관도 안 계셨는데, 이제 카나까지 없어지면...
저는 정말 혼자인걸요......
발더:나는... 부탁을 받았다. 약속을 받은 이상 멈출 순 없어. (지휘관의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다. 그건 키키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무도 듣지 못할 통곡이다. 지휘관, 발더가 손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상처가 나는지도 모르는 채.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린과, 카나와도 하나씩 약속을 만들었지.
앞으로는, 앞으로는 너를 혼자 두는 일은 없을거다. 너와의 약속은 그걸로 하자. 난... 이젠... 결코 너를 혼자두지 않을거다.
이기적이라면, 사과하겠다. 나를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카나를 죽인 것을 온 몸으로 증오해도 괜찮다. 그러니, 제발...
내가 그녀에게 속죄 할 기회를 줘......
그리고, 네게도 함께 할 기회를... 다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키키:왜, 왜요? 카나가 왜 지휘관한테 그런 부탁을 한 거예요? 제, 제가 너무 어린애처럼 굴어서 싫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래서 지휘관한테 그런 부탁을... (흐어엉... 키키가 새빨개진 눈가를 필사적으로 문지른다. 소매에 쓸려 눈가가 따끔거렸다.)
저, 저는 싫어요, 지휘관. 저는 지휘관이랑, 린이랑, 카나랑 다 같이... 카나가 안드로이드가 된 게 뭐가 중요한가요? 겉모습도 안도 우리가 알고 있는 카나잖아요...
안 될까요, 지휘관......
발더:어른이 되면, 원하지 않더라도 이해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지지. (그가 키키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한참 작은 몸은 크리쳐 변이 때문인지 체온이 높지 않았다. 그녀는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발더에겐 아이였다. 그의 손길은 키키에겐 늘, 한 없이 조심스럽다.) 그녀는 존엄을 원했다. 나는 그걸 지켜주고 싶다. 난 그녀가 원하지 않는 삶을 그녀에게 감내하게 할 수는 없다.
(발더가 키키의 눈가를 문지른다. 눈물은 닦아내고 닦아내도 계속 계속, 하염없이......)
너는 영원한 우리의... 아이이자 동료다. 네가 울고 넘어지고 두려워 해도 아무도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설령 나를 미워한다 하더라도 나는 영원히 너를 아끼고 사랑할거다.
성장의 시간은 느리고 잔인하지. 그러나 이젠 해야만 한다. 사랑하는 카나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하지만 그 곁에 늘 내가 함께 하겠다. 그러니 무서울 땐 망설임 없이 내게 안겨라. 팔을 벌리고 안아달라고 조르도록 해라. 원없이, 언제든지 안아줄테니......
키키:...... (발더와 눈을 마주친 키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발더가 자리를 비웠던 100년의 시간 동안 조금 자란 듯한 눈동자가 지휘관을 응시한다.) 저, 저도 알아요. 카나를 그렇게 내버려두는 건, 카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그, 그치만 저는, 헤어지는 게 너무 싫고 무서워서...
지, 지휘관. 저랑만 약속 두 개 해주시면 안 될까요...?
(훌쩍...) 지휘관도 아시겠지만... 린이 이상해요... 저, 정말로 제가 알던 린이 아닌 것 같아요. 근데, 린은 지휘관의 말이라면 전부 들었으니까... 린을 구해주세요, 지휘관...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안 죽을 거라고 약속해주세요......
발더:약속하지. (지휘관이 언제나 그랬던 키키와만의 표시로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그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떠오른다. 안도시키기 위한 얼굴이라지만 입술 주위이 경련은 참을 수 없었다. 이상한 표정에도 키키는 항상 웃어주었다. 발더는 지금도 그러길 바랄 뿐이었다.)
린을 구하고, 죽지 않고, 너를 다시 만나러 오겠다. 나를 기다려주겠나?
키키:네, 네에. 지휘관......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은 듯 해도 그 목소리에 어느 크기의 다정이 섞여있는지 키키는 잘 안다. 지휘관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건 키키가 킁, 하는 소리를 낸다.) 약속이에요, 지휘관...
지, 지휘관, 가시기 전에 이거 드릴게요. (키키가 주머니에서 초코바, 사탕... 작은 간식거리들을 내민다.) 지휘관, 가는 길에 배고프시면 안 되니까......
발더:(발더가 키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100년이 지나도 여젼히 어린아이이고, 여전히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는 이 감각을 기억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죽을 수 있었다. 키키는 이 각오를 듣는다면 슬플지도 모르지만......)
고맙다. 늘, 이렇게 남아주어서. 대견하군.
(초코바를 받아든 그가 피식 웃는다. 이런 웃음은 그에게도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받아든 손에 비해 한참 작은 초코바를 빤히 쳐다보던 지휘관이 키키에게 웃어준다.)
키키:지휘관...!
저랑 한 약속, 꼭 잊으시면 안 돼요!
발더의 키키는, 100년 동안 조금 자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
여러 사건을 겪은 뒤에야 발더는 간신히 옥상에 도달합니다.
이 세계는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그렇게 단언할지도 모르겠네요.
육중한 철문에는 엄중한 보안장치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작 이런 장치로 당신의 침입을 막을 수는 없겠죠.
회청색 세계 위, 눈이 휘날리는 허공에는 정육면체의 기계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익숙한 뒷모습입니다.
비얘 (GM):This message has been hidden.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이곳은 클리셰 SF 세계관. 죽은 사람은 필요에 의해 안드로이드로 되살아나는 세계입니다.
그런 세계에, 최강의 군인이었던 당신만이 없을 리가 없잖아요?
지금의 안전지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중앙 관리 체제라면, 그걸 수호하는 자가 누구인지는 자명합니다.
발더?:...한 번 쯤은 만나보고 싶었다, 발더.
아니, 붙어보고 싶었다는 쪽에 가깝나.
발더:... 린이 나 말고 다른 남자를 들일 줄은 몰랐다.
솔직히 놀랍군.
...... 너는 '내'가 맞나?
발더?:시덥잖은 농담도 할 줄 아는 남자였군. 모델이 된 '내' 쪽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표정으로 남자가 스트레칭한다.) 붙어보면 결정되겠지. 누가 진짜인지.
...... 누가 더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인지.
발더:농담도 할 줄 모르는 남자니 린을 웃게 할 수 없겠지.
(발더가 가볍게 발을 털더니 도약한다. 몸에 비해 가벼운 움직임으로, 한 번에 다가간 그대로 자신에게 발을 던진다. 땅을 박차는 소리, 무게에 비해 느껴지지 않는 진동, 그러나 닿는 순간 멈추는 가히 격투술의 표본스러운 움직임이다. 충격이 다리를 타고 미끌어져 들어온다. 그러나 지지하는 발로 자연스레 분산시킨다.)
비무장
기준치:100/50/20
굴림: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12
발더?:
회피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발더가 날아오는 다리를 양 팔로 막는다. 금속으로 구성된 신체에서 파열음이 일었다. 그 충격 탓에 뒤로 물러나게 된 발더가 말없이 군복에서 단도를 꺼내 '크리처' 쪽인 발더에게 휘두른다. 모든 움직임이 놀랍도록 '발더'와 유사하다...)
단도
기준치:70/35/14
굴림: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5
발더:
회피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끔찍하군. 자신을 닮은 것은 감탄스러움과 경악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그러나 진짜 발더와의 차이점은, 움직임의 동선이 진짜 자신보다 묘하게 크다는 것. 아마 린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존재니 과장이 약간, 그리고 3자의 시선에서 바라봤기에 생기는 각도의 미스, 때문에 최종적으로 쓸데없는 동작이 생겼다. 이렇다면 승산은 충분히 있었다. 물러난 발더에게 발더가 도약하는 모양새가 우습긴 했다. 그가 발로 허리를 걷어차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회전시킨다. 허공을 난 오른쪽 다리가 그의 옆머리를 가격한다.)
비무장
기준치:100/50/20
굴림: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13
발더?:
회피
기준치: 70/35/14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공격이 정확히 옆머리에 명중한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안드로이드가 비틀거리며 그대로 자리에 고꾸라진다. 살이 벗겨진 자리에서 피는 흐르지 않고, 전기회로와 금속으로 된 머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안드로이드는 그렇게 몇 번이나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해보지만, 그때마다 균형을 잃고 다시 주저앉을 뿐이다.)
100% 복원되지 못했다고 했던 게, 이런 뜻이었나.....
안드로이드 발더는 차가운 옥상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무너져갑니다.
그것은 가동을 멈춰가며 계속해서 질문합니다.
발더?:...이봐, 정말 중앙 관리 체제를 부술 생각인가?
발더:그렇다만. (발더가 부품 조각이 박힌 손을 털어낸다. 경이로운 회복력이다. 그사 새 살이 돋는 것을 바라보다 안드로이드 자신에게 시선을 옮긴다.)
발더?:어쨰서? 너는 그녀가 지금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치뤘는지 모른다.
그걸 전부 물거품으로 만들 셈인가?
발더:사랑하는 여자가 그렇게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면 말려야 하는게 남자의 의무 아닌가?
나는 린에게 이 이상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 그녀가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만들며 고통받지 않을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면, 넌 결코 그녀에 곁에 설 수 없다. 린은 그런 여자니까.
그녀의 고통은 나만이 나눠 짊어질 수 있다. 그것 뿐이다.
발더?:오만한 생각이군.
사람들의 결정을 무슨 권한으로 번복하려 드는 거지?
꿈을 꾸는 세계가 무엇이 잘못됐지? 비참한 현실보다는 꿈이 낫지 않나.
오만하군, 정말 오만해...
발더: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나는 사람들의 결정 따위 별 관심없다. 네가 '나'이니 하는 소리다만......
영웅은 내게 너무 과분한 칭호지. 나는 오로지 린을 위해 여기까지 온거다. 나의 신념 따위가 아니라.
그러니 몇 백 번을 죽었다 살아나도 움직일 수 있는거다.
나를 영웅으로 봐주는 사람이 아닌...... 나를 연인으로 봐주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발더와 같은 신념은 아니지만, 안드로이드 발더 역시 그가 생각한 정의를 위해 이곳을 지켜왔습니다.
발더, 쉴드를 부술 수 있습니다.
발더:부숴야만 해. 린을... 위해서.
안드로이드 발더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발더에게 내밉니다
발더?:미고의 전언이다. 나를 부수는 사람에게 전하라고 했지.
만나봐서 알겠지만, R... 린은 너를 너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 역시 그녀에게 발더라고 인정받지 못했지.
이상하지 않나? 100년 전에 갑자기 사라진 크리처들.
아무리 죽여도, 심지어는 불태워 없애도 끊임없으니 살아나는 너...
하나 묻겠다.
너는 내가 가짜라고 생각하겠지.
발더?:그렇다면 너는 진짜 '발더'라고 생각하나?
발더의 안드로이드가 내민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빔프로젝터입니다.
간단하게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허공에 홀로그램 영상이 재생됩니다.
그 영상 속에서 입을 떼는 자는, 네, 뻔하지 않나요?
미고입니다.
외안경의 신사 :발더님께. 마침내 여기까지 도달하셨군요.
저는 지구에 남았습니다만, 린 씨에게 끊임없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제 존재 자체가 린 씨에겐 위협이겠지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강자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면, 이 기기는 마지막 안드로이드가 회수해 당신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걸 보고 있다면 저는 이미 죽었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고 있고요. 그런 당신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미 과거가 된 이야기입니다.
등 뒤에서 잠긴 문을 조금씩 비틀어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발더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노랫소리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영상 속 미고는 후회 없이 편안한 표정입니다.
한 점 불안이 있다면, 그건 당신에게 전할 말을 전하지 못할까 봐 서두를 뿐, 지금의 그에게 목숨이 아깝다는 감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외안경의 신사 :당시의 저는 두 분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드리고자 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분명히 소원을 빌었습니다. 살고 싶다고, 죽고 싶지 않다고 외쳤어요. 안타깝게도 당신에겐 육체가 남지 않았지만요. 그런고로, 그건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부순 악신은 사라져가며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가장 끔찍한 형태로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크리쳐는 아자토스에 의해 한순간에 기화했습니다. 그리고 대기로 흩어져 당신의 영혼체와 결합했죠. 그러니까, 당신의 육체는 크리쳐입니다. 크리쳐가 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된 크리쳐요.
당신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 벙찌더라도, 홀로그램 영상 속 미고는 덤덤하게 당신을 응시합니다.
지금 발더의 몸은 발더의 것이 아니라는 건가요?
자, 여기서 한 가지 묻겠습니다.
한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육체일까요, 영혼일까요?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죠?
당신은 누구인가요?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됩니다.
외안경의 신사 :이미 아실지 모르겠지만, 안전지대는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소멸한 이후에도 인간들끼리의 분쟁으로 인해 괴멸되었습니다. 그때, 린 님은 힘을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소원은 들어드릴 수 있었지만
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중앙 관리 체제, 그건 제가 직접 만든 시스템입니다. 재료는 방주와 아자토스의 찌꺼기였죠. 거기에 린 님의 눈을 사용해 린 님께서 힘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린 님의 상태가 그렇게 피폐해져 있었을 줄은, 파훼된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린 님을 집어삼킬 줄은….
그 이후로 린 님은 변했습니다. 제가 살해당한다면, 그 원인 역시 린 님이겠죠.
원숭이 발. 소원을 끔찍한 형태로 이루어준다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이것은 가장 절망적인 형태로 완성된 두 사람의 꿈입니다.
언젠가의 대화가 꿈결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미래를 기약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웃고 떠들던 시절이 아득하게 멀어져갑니다.
당신이 알던 린은 이제 없습니다.
100년 전, 당신과 함께 사라져버렸습니다.
그의 그림자만이 이곳에 홀로 남아 자신을 없애 달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외안경의 신사 :전 아직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무슨 소원을 빌지는 대략 예상이 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빔프로젝터가 분해되며 하나의 탄환을 내밉니다.
끝부분이 열쇠처럼 생긴 그것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탄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외안경의 신사 :쉴드를 부순다고 해도 중앙 관리 체제는 당신의 힘으로는 멈추지 않아요. 이 장치는 하나의 열쇠입니다.
그리고, 짐작 가능한 범위 내인 것은
그 장치가 가동을 멈추면 연결된 린 님 역시 죽어버립니다. 100년이나 흐른 지금, 체제와 린 님은 완전히 융합되었거든요.
그제야 당신은 생각해냅니다
불쌍한 당신은 크리쳐의 몸을 빌려 린을 막으려 했고, 린은 당신을 죽여버렸죠.
그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흩어진 재에서 지금의 몸으로 재생되었습니다.
그저 정의를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마침내 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뒤에서부터 느긋한 발소리가 들리자, 미고는 온화하게 웃으며 녹화 종료 버튼에 손을 올립니다.
이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유언입니다.
외안경의 신사 :저희의 시간은 인간과 다릅니다. 생명이나 목숨에 관한 견해 역시 그렇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요, 미고는 넘치는 지식욕을 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저 역시 미고답게 제 욕심을 채웠을 뿐이죠.
그래서, 저는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제가 종족의 수치라거나 모자란 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처해서 이 거대한 흐름의 끝을 보고자 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뒤집힌 먹이사슬도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덕분에 원하는 만큼 지켜보았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영웅의 일대기에 한 획을 그은 자가 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당신들을, 당신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를 정말로 좋아했어요.
외안경의 신사 :안녕히.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일그러진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홀로그램 영상은 그것으로 끝납니다.
안드로이드 발더 역시 가동하지 않으니, 당신은 빈 옥상에 홀로 남습니다.
깡통이 된 안드로이드와 빔프로젝터를 응시하고 있으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허무와 깊은 고독이 찾아옵니다.
발더: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더가 발을 옮기기 전, 분해된 빔프로젝터에 불이 들어옵니다.
영상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일그러졌지만, 목소리만은 선명하게 들립니다.
어떻게 못 알아듣겠어요, 이건 린의 목소리인데.
린:여전히 포기하지 않으시는군요, 지휘관.
다음은 X 제약 회사로 향하실 거죠?
이렇게까지 노력하셨으니 저도 한 번 쯤은 얼굴을 비춰야겠죠.
기다리고 있을게요, 지휘관. 저희의 운명이 결정된 곳에서...
그 목소리는 지루한 기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끝이 다가옵니다.
당시의 우리에게는 그곳에서의 결투가 마지막 같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때야말로 시작이었습니다.
발더, 미고에게서 받은 열쇠 모양 탄환을 챙겨 X 제약회사로 향합니다.
X제약 회사에 도착하면, 발더를 반기듯 모든 문은 열려 있습니다.
이곳 역시 테러 이후 체제의 힘으로 복구되어서 깨끗합니다.
관리실, 지하 4층의 제약 연구실, 옥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발더:(총을 거머쥔 그가 관리실로 향한다. 린을 찾아야만 했다.)
마치 당신을 놀리는 것처럼, 재생되는 CCTV 영상이 전부 '그 영상’으로 교체되어 있습니다.
영상 속 발더는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날뛰고, 린은 필사적으로 당신의 폭주를 막습니다.
그 모습이 지금과는 정반대인걸요.
그 외에도 저장된 다른 파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발더:(다른 파일이라면, 어떤......?)
아주 옛날, 키키와 카나의 영상입니다.
전투가 끝난 뒤 다친 키키를 얻은 카나가 황급히 제약 회사 내부에 들어옵니다.
그는 미친 듯이 키키에게 쓸 약을 찾다가, 키키가 결국 죽어버리자 괴로운 듯 옆에 주저앉습니다.
바보 같아요. 어차피 키키는 살아날 텐데.
두 사람을 보던 발더는 린과 함께하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분명 어쩔 수 없었던 거겠죠. 그만큼 소중했으니까.
키키와 카나, 두 사람은 100년간 정말 행복했을까요.
자리를 비웠던 발더로서는 영원히 알지 못 할 이야기입니다.
발더:(연구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남자가 엎드린 채 죽어있던 테이블, 편지를 발견했던 서랍, 전투를 펼쳤던 바닥, 무엇 하나 흔적도 남지 않은 장소입니다.
발더, 이곳에서 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약을 이용해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겠어요.
발더:(약을 뒤지던 발더가 용도는 딱히 모른채 입 안에 던져넣는다. 크리쳐니 뭘 먹어도 안 좋진 않겠거니 해서...)
HP를 전부 회복했다!
발더:(어쩐지 개운하다! 발더가 마지막 장소인 옥상으로 향한다.)
활짝 열린 문,
옥상 난간에 기대어 선 린이 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아니라, 훨씬 오래전부터 당신을 기다렸던 것만 같아요.
그의 등 뒤로 불길한 빛을 내뿜는 박스가 보입니다.
인사합시다.
당신이 모르는, 당신만이 알지 못하는 악의에게.
발더:...... 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수 많은 사건을 지나쳐 기어이 여기에 왔지만 린의 얼굴을 보니 해주고 싶던 말들도 목 안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이름을 부른채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다가 한 걸음씩, 그녀와 거리를 좁혀갔다.)
잘 지낸 얼굴은 아니군. 나를 죽인 뒤로......
잠이라도 설쳤으면 했다. 네가. 그러길 바란 건 처음이다. 이렇게 이기적인 소원을 빌어본 건......
린:벌써 20번째 그 말씀을 하시네요, 지휘관. 다른 할 말은 없으신가요? (여전히 온몸에 힘을 늘어뜨린 채 난간에 기대어 선 린에게서는 지루하다는 듯한 기색이 잔뜪 티가 난다.)
뭐, 대답 한 마디 해드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죄송하지만, 지휘관을 죽이고 나서 잠을 설쳤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오는 길에 보셨죠? 항상 지휘관과 함께 있었는걸요...
발더:너는 그를 나...라고 여겼나? (발더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지운건지, 억누른건지 모르는 상태였다.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대치 상태였다. 이 대화가 몇 번 째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린:아, 이것도 스무 번째 질문이세요, 지휘관. 아뇨, 결함 투성이였어요. 자료가 부족해서 지휘관을 완전히 복제해낼 수는 없었거든요. 덕분에 이것저것 가르치느라 애 좀 먹었었죠. ...지휘관께서 부숴주셔서 이제 그럴 필요도 없어졌네요.
지휘관... 그렇다면 지휘관께서는 스스로가 진짜라고 생각하시나요?
발더:내가 진짜라고 스스로 확신하지 못한다. 안드로이드인 나도 내게 그렇게 말하더군. (발더가 멈칫하더니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고 린의 안대를 쳐다본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가 아니라고 생각 되었을 때 그는 그 사실이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장에서 몇 번이고 스스로가 스스로의 소유라는 감각을 잃어왔다. 끊임없는 살육의 장에서 자아를 지키는 일은 살아남는 일보다 어렵다.)
(다만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단지, 그가 스스로를 의심할 때마다 손을 굳세게 잡아오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지휘관이라 부르고, 발더라고 불러주는, 그 다정한 목소리와 여리지만 단단하게 얽혀오는 손가락...... 발더는 그 기억으로 살았다.)
어쩌면 인간은 기억으로 사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향한 확신이 아니라.....
그리고 네 기억 속에는...... 한결같이 네가 있군.
나는 린, 너의 '지휘관'이다. 나 스스로가 진짜인건 중요하지 않다. 너의 '나'만이 존재하면 될 뿐이지.
린:지겨워, 너무 지겨워요, 지휘관...... 이 대답조차도 스무 번째예요. (그 목소리는 지루하다기보다는, 어딘가 서글픈 목소리였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린이 고개를 들어 발더를 바라본다.) 이 대화를 스무 번이나 반복하면서 제가 기다리던 건 '지휘관'이었어요. 크리처의 융합체 같은 가짜가 아니라...... (발더가 무슨 소리를 하든 그녀는 귀를 닫은 채 비어버린 눈으로 허공을 바라본다.)
지휘관께서는 제가 이제 싫어지신 걸까요. 지휘관께서 바랄 것 같은 세상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왜 제게 돌아와주지 않으시는 걸까요...... 저는 이제 제가 무엇을 원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러니 지휘관, 지휘관께서 스스로를 진짜라고 생각하신다면 보여주세요... 당신이 진짜에 걸맞은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린:(허공에서 청색 스파크가 일더니 린의 신장의 절반 만한 낫이 손에 들린다.) ...먼저 하세요, 지휘관.
저를 죽이러 오셨잖아요. 그게 카나와의 약속이었을 텐데......
발더:그래. 그리고 널 위한 약속이다. R...... 아니, 린.
(사정거리, 좁아지는 도약, 린이 그에게 물려받은 것과 표본이 된 그, 비슷하면서 다른 이유는 무게에 의한 중심의 차이. 낫과 나이프는 당연하게도 거리면에서 불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려면 거리를 최대한 좁게. 발더가 가르친 제자답게 그녀 또한 발더가 거리를 좁히자 상체를 뒤로 하여 멀어진다. 빈틈과 빈틈, 크게 젖혀진 상체 위로 나이프를 휘두른 그가 앞발로 중심을 이동한채 그대로 도약,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옆구리에 고정 된 라이프를 뽑아든다. 그리고 그대로, 격발.)
(이윽고, 린을 지나친 탄환이 애처롭게 흔들리며 쉴드로 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100/50/20
굴림: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35
린:(100년. 발더와 그녀의 시간 사이에 있는 간극. 어쩌면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보다 몇 배는 클지도 모르는 그 간극이 린을 닳게 했고, 동시에 강하게 했다. 그러나 자세만큼은 언젠가 발더가 예쁘다고 해줬던 그 자세인 그대로... 옥상을 딛고 도약한 린이 순식간에 발더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 크기만으로도 위압적인 기운을 내뿜는 대낫이 순식간에 발더에게 날아든다.) 안 돼요, 지휘관.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어떤 약속도 지킬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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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얘 (GM):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린: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발더:(낫의 날이 머리카락을 스친다.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그의 얼굴이 전투로 인해 고양되어 있었다. 우리는, 저번 1년 전에도 이곳에서...... 발더가 이를 악물고 라이플을 가로로 돌려 낫의 궤적을 끊어낸다. 허공에서 힘이 실린 채 막힌 낫은 반동의 여파로 거세게 물러난다. 사정거리, 확인, 발더가 가로로 쥔 라이플을 유지한 채 다시 한 번 트리거를 당긴다. 격발. 어지러이 휜 탄환의 궤도가 린을 지나쳐 다시 한 번 쉴드에 박힌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100/50/20
굴림:3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28
린:
기준치:25/12/5
굴림:81
판정결과: 실패
피해:0
(R이 있는 힘껏 대낫을 휘두른다. 다만, 이번에는 발더가 아닌 관리 체제를 향하는 탄환을 향해...... 아주 미세한 틈으로 탄환이 날을 비껴 나가고, R이 동요하는 표정으로 관리 체제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아......
(이게 끝이라는 직감, 관리 체제에 살상탄이 박히고, R이 그렇게 대낫을 떨어뜨린다. 금속이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중심을 잃고 주저앉는다.) 지휘관.......
발더:지은 죄가 무겁다면, 내가 함께 짊어지겠다. 걷는 길이 가시밭길이라면, 내가 함께 걸어가겠다. 희생으로 탑을 쌓았다면, 그 탑은 내가 무너뜨려주겠다.
나는 늘 네 앞이다. 내가 너의 등이 되어줄테니, 나를 믿고 따라와라. 네 지휘관이 네 눈 앞에 있다.
(지휘관, 린의 지휘관, 발더가 열쇠 탄환을 쥔 채 일어난다. 그는, 여전히 망설임 없는 자세로, 한결같이... 관리체제를 향해 달려나간다.)
쉴드가 부숴지고, 관리 체제에 탄환이 꽂힙니다.
위태롭게 흔들리던 R의 정신이 무너집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주저앉습니다.
발더: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린:어째서, 그날 죽은 게 제가 아니라 지휘관이었을까요......
하늘 높이 걸려있던 체제가 멈추며 땅으로 떨어집니다.
하나의 별이 수명을 다해 아래로 추락하듯, 긴 조명이 꼬리처럼 달라붙습니다.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굉음과 함께, 주변으로 둥글게 바람이 퍼져나갑니다.
린과 발더의 옷자락과 머리카락 역시 크게 휘날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따스한 바람입니다.
그와 동시에 안전지대를 이루고 있던 하나의 가짜 세계가 부서집니다.
화려한 조명이 흩어지며 검게 그을린 회색 벽이 드러나고, 관리 체제로 이루어진 것들이 붕괴합니다.
새하얀 빛이 번지며, 당신은 모든 것의 끝을 예감합니다
린은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수명을 다한 R 역시 빛에 휩싸여 사라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까요, 발더.
린:감사해요, 지휘관. ...정말 열심히 싸워주셨어요...
발더:네가 없었다면 실패했을거다. (발더의 눈동자가 평소와는 달리,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별은 뼈가 시리도록 익숙했다. 가슴 한 쪽이 베여나가간 듯이 괴로웠다. 그는 뺨을 타고 흐르는게 전투의 여파로 흘리는 피인지, 눈물인지 분간 할 수 없었다. 눈물은 마른지 오래다. 흘려본 기억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그는 억지로 쥐어짜낸 미소를 짓는다. 린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싼 손이 떨리고 있었다. 천천히, 조심스레 올라간 손이 뺨을 감싼다.)
너는 여전히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파트너다. 그러니 슬픈 표정은 하지 마라. 어느때처럼 전투는 웃는 얼굴로 마무리 해야 하지. 그게 아무리 고통스러웠어도. (그가 고개를 숙여, 천천히, 뺨에 닿는 눈송이처럼 가볍게 입을 맞춘다. 안대를 쓸어내린 그가 미소짓는다. 발더라곤 믿기지 않게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내 기억 속 너는...... 언제나 아름다울거야.
린:정말요, 지휘관...? 제가 그렇게 지휘관께 못되게 굴었는데도, 지휘관께서는... 여전히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건가요..... (발더의 품에 안긴 린은 어느 때보다 편안해보였다. 100년 전의 그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이의 기분... 조금만 더 일찍 알 수 있었더라면... 린이 무거운 눈꺼풀을 두어 번 깜빡인다. 비록 힘찬 미소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선명하게 미소 지은 얼굴이 발더에게 향한다.)
가짜라고 해서 죄송해요, 지휘관. 실은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비록 몸이 크리처로 이루어졌어도, 당신은 제가 아는 지휘관이었는데......
바다에 같이 가겠다고 했던 약속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해요...
어떡하죠, 지휘관. 너무 많이, 너무 많은 죄를 저지르고 가는 것 같아서, 저는......
발더:네가 몇 번이고 나에게 가짜라 해도 좋아. 나는 몇 번이고 네게 가서 너의 지휘관으로 남을테니......
네 죄는 전부 내가 안고 가겠다. 그러니, 그저 나를 믿어줬으면 한다. 내가 널,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발더가 린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이렇게 가벼운 몸이 자신을 기다리며 견뎠을 무거운 세월이, 잔인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린의 목에 고개를 묻는다. 신에게 매달리는 신자처럼,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눈송이가 내려앉아 어깨 위를 희게 물들인다.)
바다를 데려가지 못해 미안하다. 그때처럼, 나를 용서하지 마라. 너를 혼자 둔 나를.
린:울지 마세요, 지휘관. 마지막은 지휘관께서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요... (린이 점점 사라져가는 손을 들어 마지막으로 발더의 얼굴 위에 올린다. 희미해진 체온이 발더의 얼굴을 감싸고...)
(안대가 끊어지고, 그 밑으로 흉하게 일그러진 눈가가 보인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에서 재회의 기쁨이 드러난다.)
저는 이거면 충분해요 , 정말로. 지휘관께서는 언제나 제 영웅이셨어요...
당신과 만나서 좋았어요.
당신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이어지는 말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한.
아주 조용한 멸망만이 찾아옵니다.
...
린은 사라집니다.
침식당해 괴로워하던 꼭두각시의 끈은 당신이 끊어주었어요,
그는 이제 편안할 거예요.
...
빛이 완전히 사라진 뒤 드러난 것은 100년 전 테러 때문에 황폐해진 안전지대입니다.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검게 그을리고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 위로 새파란 것들이 하나둘 돋아납니다.
응축된 마력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안전지대에는 100년분의 생명력이 넘쳐흐릅니다.
곳곳에 꽃과 나무와 풀이 피어납니다.
발더의 발치에 핀 민들레가 따뜻한 바람을 타고 흔들거립니다.
엉망이 된 거리에는 가동을 멈춘 안드로이드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사람들도 보입니다.
갑자기 멈춘 안드로이드를 끌어안은 채 패닉에 빠진 사람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말 이 방법이 옳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절대적인 잣대란 쓸모를 잃은 지 오래인걸요.
부모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아이 하나가 떨어지는 분홍색 꽃잎을 주워듭니다.
꽃잎은 발더의 이마 위에도 한 장 내려앉습니다.
자연스럽게 꽃의 출처를 찾던 발더의 시선이 한 폐허 앞에서 머무릅니다.
만개한 벚나무 아래의 시멘트 바닥에는 낯익은 얼굴의 사람들이 앉아있습니다.
키키는 자신의 어깨에 기댄 채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에 빠진 카나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립니다.
살랑이는 바람에 연분홍색 꽃잎들이 휘날립니다.
당신을 알아본 그는 조금 웃습니다.
키키:지휘관... 다녀오셨어요?
뭐랄까, 지휘관이 안 계셨던 동안, 계속 꿈 속에 사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요.
지휘관, 후회 없는 선택을 하셨나요?
발더:꿈은 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언젠가는 깨어나야 하지.
그건 잔인한 일이다. 후회하지 않을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우리는 이렇게 어른이 되지. 사랑과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후회는 서서히 잊혀간다. 내가 보내준 그녀처럼, 서서히 부숴져 가...
나는, 그 풍경이 아름다워서, 잊지 못한다. 결코......
키키:저는, 아직도 지휘관께서 하는 말은 다 어렵지만... 그래도 알 것 같아요.
카나가 그랬어요, 지휘관이 약속을 지켜준 것 같다고...
카나는 그래도 다같이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대요. 카나도 후회는 없다고... 그 말을 떠올리면 왠지 저도 홀가분해져요, 지휘관.
.....지휘관, 저 너무 졸려요......
왠지 지금 자면,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
키키가 당신에게 작별인사를 건넵니다.
당신은 이것이 잠시간의 단잠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끝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인간이든 아니든 말이에요.
카나의 손을 잡고, 눈을 감은 키키는 다시 없을 만큼 안락하게 눈을 감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명을 다한 크리처의 편안한 죽음입니다.
또 하나의 꽃잎이 살랑거리며 잠든 이의 콧잔등에 내려앉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죽지 않기 위해 싸워온 이들이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지 않나요.
삶이라는 긴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는 것은 곧, 더는 바라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는 것, 혹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
다음이 궁금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도 분명 행복할 것을 확신하고 눈을 감는 것.
많이 힘들었나요, 지금까지의 모험담을 돌아볼까요.
돌아보면 거칠고 고된 싸움이었지만, 당신의 발자취는 한평생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부 다 읽어냈다고 책을 덮기에는 가장 중요한 ‘결말’이 남아있잖아요?
언젠가는 당신에게도 그런 날이 올 거예요.
굳이 100년의 세월이 흐르지 않아도,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내려두고 죽음에 몸을 맡기는 날이.
가장 아름다운 결말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미사여구가.
험한 길이라 해도 조금 더 걸어갑시다.
해야 할 일이 잔뜩 남았습니다.
아직 이 세상에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걸요.
그러니 조금 더 살아볼까요. 분명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이 세계가 더는 클리셰 SF 세계관이 아니게 된다고 하더라도, 잊지 마세요.
이 진부한 이야기를 빛낸 것은 당신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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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더는 추락한 중앙 관리 체제를 회수하기 위해 안전지대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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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얘 (GM):This message has been hidden.
하지만,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팬 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후, 당신은 새파랗게 돋아난 잔디 위로 무언가가 질질 끌린 자국을 발견합니다.
그 자국을 따라 걷는다면, 둔탁한 끌린 흔적에 불과하던 것은 50m쯤 지나자 어느덧 사람의 발자국처럼 모양이 변합니다.
그 발자국의 끝에는
등을 돌린 사람 하나가 땅을 짚은 채 주저앉아 있습니다.
린과 똑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이는 천천히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지나치게 긴 머리카락은 왼쪽 눈만을 드러내고 있으며, 드러난 심장부에는 열쇠 모양 탄환이 꽂혀있습니다.
신체 일부에서는 고압의 전류가 흘러 곳곳에 청색 스파크가 일어납니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의 귓가에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하던 미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것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린과 같은 색의 눈에 당신을 담은 채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파트너와 똑같이 생긴 그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그 순간, 진부하게도 세상이 멈춘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그는 교과서를 읽듯 또렷하고 기계적인 어조로 말합니다.
린:...인사드리겠습니다.
괴물이라기엔 지나치게 인간적이며
린:저는 구 방주이며,
기계라기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린:구 중앙 관리 체제입니다.
인간이라기엔 지나치게 끔찍한 존재입니다.
린:...R135K, 라고 합니다.
지휘관, 저를... 뭐라고 불러주시겠어요?
사람이 아니게 된,
사람이었던 것들.
우리는 그것을 크리쳐라고 부릅니다.
오염되고 일그러진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살아 숨 쉬고 있어.
끝까지 맞서 싸운 누군가의 영웅,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후의 크리쳐들에게 이 시나리오를 바치며.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