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눈이 긴 천으로 감긴 채 가려진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이나 '자신의 행동에 따라서 초래될 결과에 대하여 예상하는 부분'에서 적잖게 미숙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살면서 느낀 막막한 감정이나 무력함이 A의 바른 사고능력을 많이 흐려놓은 듯해요. (본질적으로 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바르다'는 말을 쓰긴 좀 애매하네요 ^^; 뚜렷한 근거를 기반으로 삼은 사고능력이 퇴화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일을 해결하려 할 때 사람들이 a부터 z까지 계획을 하고 만일의 경우를 예상해 보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면, A는 일단 생각난 일이라면 무조건 행동에 옮겨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무대뽀 (막무가내) 기질이 있어요. 이런 부분은 A가 느끼는 '잃는 일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이 없거나 매우 흐릿하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태생, 존재가 악마인 만큼 A가 지닌 성향은 전형적인 '혼돈 악' 타입의 대표로 삼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A는 지금이 B를 잡을 기회가 있는 시점이고, 따라서 절대 B를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착이 아주 강하게 느껴집니다. B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취하고 곁에 두어야만 A 본인의 생애에 조금이라도 의미가 생긴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고 하기엔 약간 애매합니다. B에 대한 애정보다 'B를 소유하는 일'이 1순위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A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으나, B의 2순위가 A가 아니라 'A와의 관계'인 것처럼, A의 1순위도 사실은 B 자체가 아니라 'B를 소유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대상 자체를 애정하는 것과 소유하길 바라는 것 사이의 경계선은 분간도 어렵고 흐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A는 B에 대한 애정과 집착, 그리고 B에게 자신을 오점으로 남기길 바라는 마음과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원념이 모두 뒤섞인 복잡한 형태의 뒤틀린 애착을 지닌 채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A가 생각하는 B는 벨기에 동화에 등장하는 '파랑새'와 같습니다. 자신을 행복에 다다르게 할 유일한 존재, 그러나 쉽게 잡히지 않는 존재를 뜻합니다. 그러나 만일 B가 A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해도 둘의 관계가 해피 엔딩이라고 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예시로 '파랑새' 이야기를 꺼낸 것은 B가 A에게 있어 '애완조'와 유사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려조, 반려인'이 아닙니다. A는 자신의 곁에 B를 두길 바라는 마음과는 상반되게 B에게 으레 호감을 사기 위해 하는 행동들을 하지 않습니다. (ex. 상냥하게 말하는 등) 곁에 있다고 한들 보통의 연인이나 가족 관계와는 한참 다른 거리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B는 많은 상처를 입은 채 가까스로 서있는 패잔병과 같아 보입니다. 매우 지친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친 것으로 보이고요. 차츰차츰 건강은 깎여나가고 있는 듯해요. (정신 건강 포함) 예상에 없던 적을 만나게 되어 역경을 겪고, 그 끝에서 비참한 패배를 맞이합니다. 타고나길 시련의 길을 타고났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아예 넘어지지 않은 게 대단할 정도예요. 그리고 완전히 넘어지지 않은 이유는 B에게 끝까지 몰린다고 할지언정 포기할 수 없는 신념이나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서인 듯합니다. 어쩌면 B 자신도 외롭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남아있기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B는 본디 A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계약을 받아들였다고 하셨는데요. 계약을 받아들이던 시점에서 B는 확실히 자신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해 많이 지쳐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욕심이나 욕구도 느껴지지 않아요. 유일한 욕심이 그만 외롭고 싶다는 바람이었을 겁니다. B가 햇빛을 바라는 해바라기라면 A는 밤, 새벽에 뜨는 달과 같습니다. 비슷한 구석은 있지만 B가 진실로 원하는 것 (햇빛=완전한 외로움의 종식)은 주지 못하죠. 그럼에도 해바라기는 빛이 필요하기 때문에 달빛에게나마 의지합니다. B가 A와의 계약을 성립하고 그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앞에 든 예시와 같은 원리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B는 A와의 계약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에너지를 깎아먹는 행위인 것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에도 B는 A를 필요로 합니다. 진실한 것이 없는 관계라는 생각도 존재하지만 이렇게 불완전하고 불균형해도 A를 놓칠 순 없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A의 집착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뚜렷해서 B의 집착이 묻히는 것일 뿐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쌍방 나락행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B의 눈앞에 또 나타나지 않는 이상, B에게 A는 필요악입니다.
둘의 주변 환경은 현재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라고 합니다. 무언가를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일이 돌이킬 수 없게 꼬여버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관계에 대한 방해물은 성급함과 극단적인 결정입니다.
결론적으로, 둘은 '풀리지 않는 결속' 관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멀리서 보면 B가 일방적으로 피폐해지는 듯 보일 수 있지만 막상 근접해서 들여다보면 A와 B 모두 서로 필요한 것을 취하며 동시에 일부는 잃고 있는 '플러스, 마이너스 요소가 비슷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관계에 대하여 카드가 드리는 조언은 '이기주의와 질투, 탐욕을 억누르는 순간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Q 01. 서로를 위한 희생 가능 여부.
A : B의 곁에서 자신이 사라져야 하는 희생일 경우, 하지 않습니다.
B : A와 B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는 자신이 희생합니다.
Q 02. 서로에게 끌리는 부분.
A : B의 포용력 있는 부분에 이끌리며, 본인과 반대되는 면모에 특히 매력을 느낍니다. B의 1순위가 언제나 그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1순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하고, 그것 또한 B에 대한 이끌림에 영향이 큽니다.
B : B는 A가 자신과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때마다 그에게 이끌립니다. B 본인은 자신의 나약한 점을 싫어하고 이런 이끌림을 인정하길 원하지도 않지만,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A의 약점에 끌린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