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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television
일자
2025.02.25
GM
신영
참가자
휴지
영원히 같이 있고 싶어
비얘 (GM):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자히르:This message has been hidden.
행운 판정하고 시작할까요
자히르, 3d6*5
자히르:
rolling 3d6*5
(
5
+
3
+
6
)
*5
=
70
비얘 (GM):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아무말
2025.02.25
.
.
.
샬롯에게서 연락이 뜸해진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더니 몇 주 동안 감감무소식입니다.
적어도 석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연락은커녕 자동응답 메시지만 들립니다.
그녀가 연락하던 사람도 당신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행방을 알 길이 없습니다.
마치 세상에서 샤를로테의 존재만이 도려내진 것처럼...
그러던 중 그녀에게서 짧은 문자가 하나 도착합니다.
샤를로테 로트링겐:15894413 페이시랜드 FL, 비숍D 350.
그건 집주소였습니다.
...
꽉 닫힌 그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대낮인데도 얼핏 보이는 집안으로는 빛 한 점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연락을 받자마자 찾아왔는데도, 어떤 인기척도 들리지 않습니다.
자히르,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려볼까요?
자히르:샬롯. (문을 두드린다. 언뜻보면 침착하고 정중한 노크지만, 꽉 쥔 주먹에는 식은땀이 차있었다.)
문을 여러 번 두드리면 그제야 안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이제야 열어줄 마음이 든 것처럼요.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어둑한 실내를 가르며 샬롯이 나옵니다.
무슨 일이냐는 듯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행색으로 자히르에게 묻습니다.
샤를로테 로트링겐:...연락도 없이 무슨 일로 왔어요...?
자히르:뭐? 무슨 일? (이게 몇 주나 소문없이 사라진 여자가 할 소린가? 자히르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얼굴을 구긴다. 샬롯을 쳐다보는 눈에 안도감, 분노, 허망함이 차례로 떠오른다.) 실례된다는 얼굴 집어치워. 그동안 집에 틀어박힌 적이 한 둘이 아니니까. 근데 세 달은, 세 달은 말이 다르지.
그 망할 집에서 그간 뭐했는지 제대로 설명해야 할거야, 자기.
샤를로테 로트링겐:...일단 들어와요. (자히르가 왜 화가 났는지 이해 못하는 얼굴이다. 불쾌한 기색의 자히르와 달리 샬롯은 평온해 보였다. 이전의 샬롯이 숨기지 못했던 우울한 기색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조금은 즐거운 것 같은 얼굴...)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 보면서 지냈어요. 시간이 세 달이나 지나 있었구나.
자히르:그 고물 상자 하나 때문에 밖에 안나왔다고? (무책임하다 못해 아예 모르는 척 하기로 한 모양이지. 자히르는 샬롯의 태도에 분노가 목을 홧홧하게 매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샬롯의 목을 당장이라도 틀어쥐고 싶었으나 겨우 억누르며 팔짱을 낀다. 그래야 손이 저 가는 목에 갈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한테 주소는 왜 보냈어?
샤를로테 로트링겐: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주소? (잠깐 멈춰서 눈을 깜빡거리던 샬롯이 생각이 갈무리된 듯 아, 하고 작게 탄식한다. 여전히 자히르를 향해 미소 짓는 얼굴이다...) 그냥, 만난 지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세 달이나 지난 줄은 몰랐지만...
(자히르랑 대화하는 와중에도 시선은 꺼진 텔레비전에 꽂혀있다. 아무것도 송출되지 않는 검은 화면에...) 저 사람, 요즘 프로그램 여기저기에 자주 나오네요.
자히르:무슨 소리야. (사람이라니? 이 여자에게 망상증이 생기는 건 딱히 시간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시기가 앞당겨졌다 생각했는데, 예상하던 일이 벌어지니 잠시 현실에서 유리된 듯 아득해진다. 자히르가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준다. 검은 화면이 묘하게 거슬린다.) 아무것도 안 틀었잖아. 아, 드디어 아예 미치려고 작정한 거야?
샤를로테 로트링겐:안 보여요? (오히려 샬롯이 자히르의 말을 듣고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다가온다. 거리낌 없이 숨결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와서는, 손가락으로 자히르의 한쪽 눈을 벌려본다. 안과 의사가 환자를 검안하기라도 하는 듯한 움직임...)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자히르의 눈 안을 파헤치기라도 할 것처럼 손가락이 점점 눈꺼풀 안쪽으로 들어오지만, 안구에 닿기 직전에 샬롯이 떨어진다.) 이상하네.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얼굴... 자히르의 팔을 잡고 소파에 앉혀놓은 샬롯이 자신도 그 옆에 앉는다. 여전히 눈은 검은 화면에 고정된 채로...)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니까 좋네요...
자히르:정신이... (나갔네.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서 혀에 맴돈다. 다만 생글거리는 얼굴을 본지 꽤 오래되어서 그런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희귀한 동물을 봤을때 기어나오는 소름과, 단전에 미미하게 흐르는 묘한 신비로움, 그따위 것들에 져서 자히르는 자신 또한 정신이 나간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안 나온다고, 아무것도. 자기 병원부터 가야겠다. 한동안 약 잘 먹길래 멀쩡하나 싶더니. 하. 새 달 동안 약 안 먹으려고 잠수탄거지? 응?
샤를로테 로트링겐: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니까요... 제가 약 같은 걸 먹었던 적이 있나요? 이렇게 건강한데. 아픈 곳도 없었고... (자히르의 어깨에 기댄 채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던 샬롯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진심으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자히르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갈 수 있다고 하면, 가고 싶은가요? 그곳에서 우리가 모르던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자히르는 어떻게 하겠어요?
자히르:(자신의 속을 썩이다 못해 긁어내어 불 지르는게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이라도 목을 조르고 병원에 끌고 가서 약 처방을 받고 멍하니 세워두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샬롯에게 붙잡힌 팔이 수갑이라도 되는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정말 환자는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히르가 진저리를 넘어 역겨움을 느낀다.) 내가 왜 가야하지. 자기 돌보기도 숨 넘어가게 바쁘거든. 뭘 더 알 여유는 없어. 궁금하긴 해도.
샤를로테 로트링겐:그렇구나. (텔레비전의 꽂혀있던 샬롯의 시선이 기이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자히르에게 옮겨온다. 자히르의 대답을 듣는 동안 샬롯의 눈이 한 번도 깜빡이지 않은 듯하다...) 괜찮아요. 자히르도 곧 있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자히르,
자히르: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샬롯의 긴 치마 아래로 무언가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듭니다...
샬롯과 대화 아닌 대화를 하고 있다 보면, 어쩐지 이 집조차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자히르, 거실, 화장실, 부엌, 세탁실, 현관 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자히르:(거실을 천천히 돌아본다.)
구식 디자인의 텔레비전입니다.
자히르가 시선을 주자 텔레비전이 노이즈 소리를 내는 것 같더니 이내 유명 쇼 프로가 방영됩니다.
철 지난 개그를 하며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샬롯이 보고 있던 프로그램일까요?
웃음소리에 섞여 기괴한 기계음이 흐릅니다.
텔레비전에서 시끄러운 화이트 노이즈가 들리더니 채널이 바뀝니다. 영화 채널 같습니다.
유명 살인마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직전의 장면입니다. 그가 칼을 높이 들면 날이 번들거리고, 텔레비전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식칼의 날도 빛납니다.
이내 피가 튀기고 비명소리는 기괴한 음성으로 찢겨서 들립니다.
자히르: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아...
집 내부에 있는 전자기기에서 낮은 저주파 노이즈가 들립니다.
텔레비전에서 들리던 것이 라디오를 타고, 천장을 타고, 바닥을 기어 집 전체까지.
내부의 모든 것이 웅웅거리며 떨리기 시작합니다. 귀를 간지럽히던 잔잔한 소음이 머리까지 울립니다.
자히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자히르, 텔레비전 앞에 식칼이 놓여 있습니다. 챙길까요?
샬롯은 자히르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자히르:(아까부터 기운이 수상하다. 챙기자...)
(화장실 문을 열어본다. 손에 땀이 난다.)
화장실에서 물이 넘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문을 열면 안을 가득 채웠던 열기가 쏟아집니다.
부글거리며 끓고 있는 물이 욕조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곧 화장실도 가득 채울 것 같습니다.
세면대에는 구식 디자인의 면도칼이 번들거립니다. 샬롯이 사용할 물건은 아닐 텐데….
세면대에 빠른 속도로 물이 고이더니 검은 형체가 일렁거리고 불쑥 고개를 듭니다.
자히르: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건 마치 젖은 머리 같은 형태입니다. 아직 아무런 미동도 없지만 고개를 돌리기라도 한다면….
샬롯의 화장실에 면도칼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자히르, 챙길까요?
자히르:(면도칼을 집어든 자히르가 샬롯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얼굴은 무표정하고, 차가웠다. 그게 자히르 특유의, 샬롯을 비웃는 얼굴이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대리석 같은 표정으로... 늘 말로 그녀를 찢어두었다.) 이게 뭔지 설명해. 또 뜬구름 잡는 소리 할거면 아예 입 다물고 있고.
샤를로테 로트링겐:당신 필요할 때 쓰라고 가져다둔 건데... 이게 왜요? 혹시 다른 남자 생겼나 의심하는 건가... (자히르가 말을 걸자 인형처럼 앉아있던 샬롯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온다. 샬롯은 이 상황에서 어떤 문제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연락하는 사람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자히르:하. (아, 뻔뻔하다 못해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 또, 또... 자히르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 참 고마워. 비꼬는 말을 던져둔 채 그가 부엌을 향했다. 물이라도 들이켜야 화인지 짜증인지 모를 감정이 풀릴 것 같았다. 쓰라고 가져다 뒀으면서 어딘지도 모를 주소로 세 달이나 잠적한 여자라곤 믿기지 않는 능청이다. 자히르가 이를 악물었다.)
가스레인지가 점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주방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지런히 칼이 꽂혀 있던 칼 받침대가 바닥으로 큰 소리와 함께 떨어집니다.
날붙이가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날카로운 소리를 냅니다.
자히르: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유난히 날이 매서운 칼이 보입니다. 잡고 휘두를 수 있겠습니다.
...무엇을 향해서?
샤를로테 로트링겐:물이라도 좀 마셔요. 목마르다고 생각한 거 아니었어요? (어느새 옆에 다가온 샬롯이 자히르에게 컵에 담긴 액체를 건넨다. ...물일까?)
자히르:너 때문에... (늘 간지럽게 부르던 호칭이 사라졌다. 그만큼, 그는 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무엇때문에?... 자히르가 컵을 낚아채 쳐다보더니 싱크대에 붓는다. 희미하게 웃는 표정으로.) 가서 고철이나 계속 구경해. 이 빌어먹을 집 구조라도 익혀야 자기 헛짓거리를 막으니까. (종종 일었던 자살시도 촌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자히르가 세탁실로 향한다.)
세탁실에서 저음으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세탁실로 향하면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멈춰있던 세탁기가 천천히 돌아갑니다.
안에 무언가 들어 있는지 덜그럭대는 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그 위에, 선반에 놓여 있는 라디오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 말을 겁니다.
자히르: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녹음이 진 숲길, 흐트러지는 소리, 비명, 지저귐, 날갯짓에서 새로운 생명이, 물결이 흘렀다, 탄생, 하리라.
서없는 문장들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말소리가 점점 길어집니다.
그사이 세탁기가 다 돌아갔는지 자동으로 문이 열렸습니다.
그 안에서 같이 돌아가던 물건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집니다.
망치입니다.
그립감이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거라면….
자히르, 챙길까요?
자히르:(이게 왜 여기.... 자히르가 망치를 들고 세탁실을 나선다. 넣어둘만한 선반을 찾아보다 아무 서랍에다 망치를 욱여넣는다. 어수선하니 어딜 넣어도 마찬가지일 성 싶었다.)
(공기라도 마시고 싶었다. 정확히는 집을 벗어나고 싶어서 자히르가 현관으로 향했다.)
문에 걸린 잠금장치가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닥에 덩그러니 밧줄이 놓여 있습니다.
현관을 확인하면 문이 잠기는 것을 끝으로 아무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만.
이내 손잡이가 덜그럭거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안으로 들어올 생각인지 문을 두드리고 샬롯의 이름을 부릅니다.
자히르: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소음은 점점 거세집니다.
여기서 꺼내달라고 고함을 치고 있습니다. 분명 현관 밖에서 나는 소리인데….
샤를로테 로트링겐:만족할 만큼 봤어요?
자히르:집이 좀 별로인 것 같은데. (자히르가 애써 능청 떨며 샬롯을 쳐다본다.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기이한 현상들이...) 특히 저 고물 상자가 별로야. 최신식으로 바꾸는 걸 추천할게. (자히르가 티비를 노려본다. 숨 막힐 정도로 괴이한 분의기의 텔레비전이다...)
샤를로테 로트링겐:(방긋...) 기다리는 동안 당신 주려고 파이를 좀 구웠어요.
당신, 금붕어가 들어간 파이 좋아했잖아요.
먹을 거죠?
깨진 어항.
기묘한 색깔의 파이,
그 사이로 보이는 금붕어의 지느러미...
자히르:이걸 먹으라고. (망상증만 있으면 모를까. 자히르가 한숨을 쉰다. 이 여자의 병에 어울리는게 자신의 몫이라곤 해도, 이건... 못 먹을 음식은 없다지만 취향이란게 있었다. 정어리 파이도 역겨운데 하물며 금붕어 파이. 자히르는 병원에 약을 더 달라는 말을 꼭 해야겠다 생각하며 파이를 한 조각 들고 땅에 떨군다.) 아, 실수.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한다. 거절의 표시였다. 어차피 그가 치울게 뻔한.)
샤를로테 로트링겐:제가 당신 먹으라고 만들었잖아요. (샬롯이 자히르의 팔을 붙잡는다. 평소의 샬롯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강력한 힘이다. 자히르의 뼈를 금방이라도 으스러뜨릴 듯한... 자히르를 땅에 꿇어앉힌 샬롯이 땅에 떨어진 조각을 집어 자히르의 입 앞에 가져다댄다.) 당신 먹으라고 만들었잖아. 먹어.
자히르:아, 제발. (이 여자야. 자히르가 졌다는 것처럼 팔을 들어올려 항복 포즈를 취한다. 이런 떼는 처음부터 받아주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자히르가 파이를 한 입 물었다. 됐지? 하는 얼굴로 샬롯을 쳐다본다. 어차피 금붕어니까 물고기랑 맛은 똑같겠지.) 이제 금붕어 그만 죽여. 자기 성깔에 키울 수 있는 몇 안되는 동물이잖아. (안 돌보다 죽여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렇게 파이를 만들 정도로 키웠다니 장하긴 하네. 반쯤 비꼬며 자히르가 파이를 씹었다. 맛은, 끔찍한 것 같다...)
자히르의 위에서 샬롯이 웃습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두려운 것 같기도 하고...
자히르를 향해 사랑스럽다는 듯 미소짓는 샬롯에게서 액체가 흘러나옵니다.
샬롯이 녹아서 사라질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꾸덕꾸덕하게 흘러나온 액체는 당신의 얼굴을 타고, 당신의 발을 적시고, 바닥을 가득 메우기에 이르렀습니다.
악취보다는 소금기가 어린 물 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샤를로테 로트링겐:같이 바다에 가자고 약속 했었잖아...
자히르:뭔...... (물을, 어떻게든 손으로 막고 움켜쥔다. 본능적으로 그랬다. 이러지 않으면 샬롯이 사리지기라도 할 것 같아서, 자히르의 손길이 급해진다.) 파이도 먹어줬잖아, 자기야, 병인지 장난인지 그만둬. 당장. (자히르가 굳은 표정으로 샬롯의 팔을 붙잡는다......)
샬롯의 몸을 잡으려고 하면 진득한 액체가 묻어나옵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샬롯을 쥐려고 하면 그녀를 잡아당기는 건 자히르인데도 자꾸만… 자꾸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 흡수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샤를로테 로트링겐:괜찮아.
무서운 일이 아니야...
집안의 물건들이 덜그럭거리면서 움직이려고 합니다. 당신이 들고 있는 칼도 조금씩 흔들립니다. 자의를 가지고 어디론가 향하려고 하는지.
접시가 떨어져 큰 소리를 내며 깨집니다.
바닥에 떨어진 작은 파편들이 점점 위로, 부유합니다.
그 유리 파편에 살갗을 베입니다.
베인 상처에 고인 핏방울도 자의를 가지고 허공을 부유합니다.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멈추더니 잠금장치가 일제히 풀립니다.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는 빛 한 점 없는 어둠만이 가득합니다.
어둠이 집 안으로 쏟아집니다. 이 공간을 완전히 집어삼킬 것 같습니다.
샤를로테 로트링겐:받아들여.
중얼거림과 속삭임이 끊임없이 들립니다.
그 목소리들은 두렵지 않습니다.
그것은 따뜻하고 다정한 말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지러운 말들이 끊임없이 속삭이다 보면 시야도 아득해집니다.
저 속삭임이 정신을 앗아가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그 앞에서 자애롭게 당신의 몸을 안아드는 샬롯의 체온이 느껴집니다.
뭐라고 말하고 있는데,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괜찮냐고 묻는 걸까요?
대꾸도 하기 전에 당신은 까무룩 정신을 잃습니다...
...
...
...
다시 눈을 뜨면 정신을 잃기 전과 같은 풍경입니다.
꿈은 아니었나 봐요.
자히르: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얼마나 지났을까요?
샬롯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요?
무엇을 하려 당신에게 다가오는 거죠?
언제부터 샬롯이 저렇게 웃을 수 있었던 걸까요?
그녀의 입안에서 흐르는 건 언젠가 함께 불렀던 노랫소리인가요?
...
우리의 몸이 반절 정도 잠긴 검은 물결이 일렁입니다.
심연 속으로 차츰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로, 분명 미친 듯이 웃다가, 짓눌려서는….
달칵.
...
...
...
자히르의 생각을 가르고 채널이 뒤바뀌는 소리가 들립니다.
텔레비전입니다.
화면만 보지 않아도 채널이 난잡하게 바뀌는 소리가 귀를 관통합니다.
정신이 듭니다.
당신의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샬롯은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평온한 얼굴로 당신을 지켜보고 있고, 몸이 반절이나 잠겼던 바닥의 물은 발을 겨우 적실 정도입니다.
다만, 바닥을 구르며 움직이려고 하던 물건은 허공을 부유하고 있고, 흉기들은 약간의 빛으로도 날을 매섭게 빛내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목소리가 섞이며 문장으로 엮입니다.
물 아래로 가라앉아야 했던 실내의 물건들이 하늘로 떠오릅니다.
그를 따라 물방울들도 방울지어 허공을 부유합니다.
뺨을 타고 물방울이 위로 흐릅니다. 촉감이 기이합니다. 몸을 타고 소름이 돋습니다.
샤를로테 로트링겐:잘 잤어요?
샬롯의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노이즈가 겹친 듯한, 목소리였나요?
자히르:잘 못잤어. (자히르가 주변을 쳐다보며 낮게 이를 갈았다. 저 날붙이 좀 치워주겠어? 그런 얼굴로 샬롯을 쳐다본다. 우울증이 나았다니, 축하해. 대신 다른 정신병을 얻었구나. 참 잘했어. 자히르가 준비한 매도, 비꼬는 언어들은 전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까부터 상황 설명을 안 하던데, 이젠 좀 하지?
샤를로테 로트링겐: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가고 싶지 않은가요? 그곳에 가서 우리가 모르던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자히르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뜬금없는 질문이다. 처음의 질문과 같은...)
당신과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죠... 그래서 당신이 떠난다면 내게 당신을 붙잡을 수단이 있나요?
괜찮아요, 탓하는 게 아니니까... 한 번 천천히 생각해봐요.
자히르:분명 처음 이 빌어먹을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얘기했어. 싫다고. (이미 너 데리고 살기도 바쁘다고, 자히르는 매번 죽겠다고 벼르는 여자의 일분 일초를 감시하고 진정시키는 삶도 이제야 익숙해졌다고 이죽거린다. 그런데 이제와서 다른 세계니 뭐니 도망치겠다고? 그것도 이미 한 번 도망쳤던 여자가? 자히르가 이를 갈았다. 떠나는 건 당신이 아니라 나였어야 했어.) 집어치워. 내일 갈 병원이나 예약하자고.
샤를로테 로트링겐:왜? 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 또 나를 버린 채 혼자 떠나려고?
내 정신은 내가 태어난 이후로 가장 멀쩡해요. 왜 당신은 여기까지 와서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요?
받아들여, 내가 당신에게 전해주고 있잖아.
샤를로테 로트링겐: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
자히르:......함께이고 싶지 않았으면 이렇게 널 찾아올 일도 없었어.
샤를로테 로트링겐:그런데 왜 계속 싫다고 해요?
샤를로테 로트링겐:나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아?
샤를로테 로트링겐:나랑 같이 있고 싶다고 해...
샤를로테 로트링겐:나랑 같이 갈 거라고 말해요...
자히르:(자히르가 다급하게 샬롯을 끌어안았다. 미친 여자, 제정신 아닌 여자, 마녀 같은 여자,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자히르의 손이 떨렸다. 죽는 건 두렵지 않아. 또 저주 같은 사랑이 나를 흐리세 만드는 게 무섭지. 증오스러워서 아름다운 여자를 자히르가 노려봤다. 그가 차갑게 웃었다.)
함께 해줄게.
자히르: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샬롯의 몸에서 촉수로 보이는 검은 선들이 흘러나옵니다.
그것은 바짓단 아래에서, 옷깃 사이에서, 머리카락 사이에서 무더기로 빠져나와선 자히르를 제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합니다.
그것들은 자히르에게 속살거립니다. 외면하지 마.
...
고개를 드세요, 자히르.
팔을 벌려 그녀를 받아들이는 겁니다.
거대한 해변, 헐떡거리는 맥박, 검은빛의 바다가 끝없는 무게로 당신을 짓누릅니다.
비얘 (GM):This message has been hidden.
공포였을까요?
헉, 하고 숨을 내쉽니다.
거센 물결 속에서 드는 생각이라곤 고작 그뿐이었습니다.
생각을 거스르면 어떠한 잡음도 들리지 않습니다.
찰랑거리는 물살의 소리도, 그의 목소리도, 목까지 들이찬 호흡도.
그의 머리카락이 물기를 머금고 진득하게 흩날립니다.
그가 당신에게 썰물처럼 밀려듭니다.
고요함 속에 영원히 짓눌리는 형벌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순간, 그의 시선과 맞닥뜨립니다.
그 눈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아니, 텅 비어서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착각일까? 섭리에 순응한 걸로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이치를 담은 두 눈이 선명한 빛으로 번들거립니다. 그의 목소리가 활자처럼 흘러나와 귓속으로 파고듭니다.
자히르:샬롯? 어디야?
샤를로테, 샬롯, 샬롯......
(자히르가 샬롯의 이름을 계속, 계속 부른다. 잊지 않겠다는 것처럼 계속해서, 입으로 씹어서 한 글자 한 글자를....)
(그는 샬롯을 찾아낼 것이다, 그녀가 여기에 있다면 영원 속에서 떠돌 마음으로 계속해서, 이름을 부르면서. 마치 평소처럼, 태어나고 죽길 반복하는 너를 찾아내는 것처럼......)
끝없는 공허 속에서 당신은 샬롯의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하나의 개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당신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우울과 고독 뿐이었던 삶에서 당신을 계속해서 기다렸던 것처럼,
어떤 세계에서는 자신을 버렸던 당신을...
자히르:결국 또 찾아야겠지. 너는 이제 죽지 않고 다시 태어나지도 않을 테지만, 그래도 난 샬롯, 당신을 찾으러 갈거야. 그게 내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서 찾아낼거야. 그리고 그땐 같이 나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탕을 입에 물려주겠어.
그러니...... 도망가, 저번 생처럼...... 그러면 내가 널 찾아낼테니까.
...
...
...
이제야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물밀듯이 들리는 외침 속에 들리는 말은 고작 그 한 문장이었습니다.
어떠한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 퍽 상냥한 목소리였습니다.
외로이 남기지 않겠다는 믿음과 어떠한 통증도 남기지 않겠다는 착각.
어째선지 당신은 그것을 바랐다는 듯이 사소한 온기에 만족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그를 기억하는 유일한 이해자가 되어 이 세상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자히르 위로 거대한 중력이 짓누릅니다.
시야 속의 모든 장소가, 모든 풍경이, 모든 사물이 중력 특이점처럼 시선 끝에서 빨려 들어갑니다.
그것은 거대한 눈의 모습을 하여 당신을 응시하는 것도 같습니다.
물살이 거세집니다.
중력이 아니라 그 거대한 눈동자에 몸이 터져나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스치면,
속삭임이 들립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자히르, 끝없이 펼쳐진 이치의 바다에서 이미 녹아든 샬롯을 찾아 헤맵니다.
샬롯의 집 밖에서 누군가 거세게 문을 두드립니다.
안에서 대답이 없자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것 같더니,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여러 차레 내부를 순찰하더니 이 안에 숨을 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고개를 젓습니다.
먼저 발을 돌리는 경찰 뒤에서 껄쩍지근한 표정의 경찰이 뒤늦게 대답을 하고 걸음을 뗍니다.
그러다 다시 뒤를 돌아봅니다. 먼저 가던 경찰이 그에게 짜증스레 말을 건넵니다.
열려 있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힙니다. 발걸음이 멀어집니다.
멀어지는 소리를 따라가는 발소리가 하나,
그리고 둘.